쌉소리 일지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노트북 반납하라고

쟉트 2024. 6. 4. 19:24
728x90

부제 : 나 휴직자라매. 지금 퇴사자 취급이냐?


동작 그만. 지금 퇴사자 취급이냐?


심지어 무급휴직이다
이놈들아

이와중에 챗 지피티도 나를 거부하네. 나 돈 냈어 이놈아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데이터센터 불질러버린다 진짜

아니근데진짜**

2사분면 3사분면 4사분면 1사분면

그렇다. 아버지께도 내 블로그를 소개시켜드렸으니,
본문에 쌍욕을 갖다 박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하면 안 되지. 암.
어? 근데 내가 욕을 안 썼나? 이미 쓴 것
같기도? 합기도? 아이키도? 가라테?



첫 번째로 저 연락을 받았을 때 내가 처음 든 감정은
약한 강도의 "분노, 짜증, 서운, 섭섭"이었다.

그에 따라 첫번째로 내가 행한 일은,
"네. ㅇㅇㅇ일까지 본사 직접 반납 하겠습니다."
로 응답을 보내는 것이었다.

길길이 날뛰고 있던 감정과 달리 애먼 데 화풀이하진 않았다.

에먼 데 화풀이 하지 않기 위해 내가 취한 사고과정 다음과 같다.

자산 반납 요청자는 사장님이 아니다.
자산 반납 요청자는 우리회사소유주가 아니다.
자산 반납 요청자는 나와 같은 피고용인 상태이다.
그러므로 자산 반납 요청자에게 나의 무절제란 감정을 표현하는 건 옳지않은 일이다.





아무튼 소리가 샜다.
그리고 내가 두번째로 한 행위는
친구에게 회사욕하기



2번째 행위를 통해 동조자를 얻은 나는
한껏 기분이 고조됐다.

마포대교 대신 카톡대교에 소리 지르고 나는 지하철 플랫폼에 앉아서 생각을 했다.

'어라? 근데 생각해 보니 반납 요청에 사유나 목적이 적혀있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요청 목적 : 2번의 휴직 전과가 있으시니 잠정예비퇴사자로 간주하여 자산 반납을 요청드립니다."
이런 식으로는 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자산 반납 요청에 사유/목적을 덧붙인 건 나였다.
그것도 나의 추측과 생각으로.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유/목적을 가지고 나는 불같이 화내고 억울해했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내게 이런 반응을 요청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나의 반응은 나의 선택이었고,
나의 추측 행위로 내가 만들어낸 목적/사유가 나를 날카롭게 찌른 것이었다.
내 손으로 직접.

그렇게 생각하니 하기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지레짐작하곤 기분 상해서 길길이 날뛰었군."
"요청에 대한 해석은 내가 한 것이었고, 그에 대한 반응도 내가 만든 것이군."
"이렇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었겠네."



성찰의 시간은 여기까지.

그리하여 오늘 내가 학습한 것은 2가지다.

- 상대의 요청이나 행위에 어떤 반응을 할지는 내게 주도권이 있다. 상대에게 있는 게 아니라. 그리고 그 요청과 행위의 사유도 목적도

- 근데 이거 나처럼 예민한 인간들이 그런 의도가 없는 요청에도 곡해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잖아. 아니 그전에 이전 휴직에는 자산 반납 요청 안 왔다고. 내가 회사 경영진이라면, HR 휴직 신청 시 자산 반납에 관한 사항을 같이 고지하는 문구를 추가할 거다. HR규정에 적혀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내가 휴직신청할 때는 해당 내용이 없었다. 있었으면 그 자리에 두고 오지. 내가 그걸 왜 무겁게 굳이 들고 오냐. 자리 비워줘야 해서 들고 왔는데.
그리고 별 영양가는 없겠지만 자산 반납 요청문 또한 아주 기이일게 고지하여 곡해나 오해를 방어할 듯하다.
단지 나의 상사에게 띡하고 요청해서 상사가 내게 연락하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